하나는 내가 면접자이고, 하나는 내가 면접관이었다. 정신 없는 일주일이 지나갔다.
교내 앱센터에서 안드로이트 파트장(맨날 댓글다는 감자도스 센터장이 시켰다.)을 맡게 되었기 때문에 신입 기수 면접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안드로이드는 다 들어갔고 다른 파트 지원자들도 궁금해서 몇 번 들어가기도 했다. 그것까지 한 30명 정도 본 것 같다.
금요일은 내가 대면 면접을 보러가야 하기 때문에 면접자들의 일정은 월~목요일로 잡았다.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20분이다. SW마에스트로 면접은 앱센터 면접보다 물어볼 것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에게 12분이라는 면접 시간이 주어진다. 그래서 앱센터 면접 20분이 과연 효율적인 면접 시간인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다음 기수에는 서류 비중을 늘리고 면접 비중을 줄이는 것을 어떨까 싶다.
내 입장에선 사실 금요일에 내가 봐야할 면접이 더 중요한데... 하지만 내가 면접관으로 들어가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면접을 보면서 느낀 점들을 적어보려 한다.
앱센터 면접
1. 준비된 자기소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간단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고 지원동기와 함께 준비된 자기소개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궁금한 내용들은 면접 때 물어보게 되니 준비된 자기소개가 어떠한 가감점 요소도 되지 않았다.
2. 앱센터라는 동아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 앱센터는 동아리가 아닙니다만... 고쳐주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점수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었다.
3. 서류와 비교
서류를 보면 기대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과의 면접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웠고 어떤 사람은 기대 이상이었다. 서류 내용도 좋고 면접도 가장 잘 본 한 사람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금요일 면접을 위해 그 분한테 배우고 싶었다.
4. 기술 면접
이번 기수는 지원자가 많았다. 그래서 기술 부분에서 질문을 준비했다. 학교 과제 외에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작은 프로젝트를 해봤다면 충분히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내가 준비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 java나 kotlin 경험 여부 (있다고 한다면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사용 여부, 클래스&인터페이스 상속&구현, 익명클래스 등을 추가로 물어봤다. 하지만 이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고 java나 kotlin 경험만 있으면 만점 줬다.)
- 프로젝트 경험 (지원자 대부분이 프로젝트 경험이 없었다.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었고 3~400줄 정도의 코딩만 했어도 만점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 코딩 경험은 2일이면 만들지 않나...?)
- api 사용 경험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도 물어봤었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 git 사용 경험 (간단한 commit, push, pull 정도 해봤으면 만점이다.)
이거 물어본 게 전부다. 조금 다른 영역에서 물어본 질문으로 "평소에 더 좋은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있다. 기대했던 답은 "중복된 코드를 함수로 추출한다." 코드리뷰, 아키텍처, 디자인 패턴, oop나 함수형 사고같은 패러다임, 클린 코드, TDD 등의 키워드가 하나라도 들어가면 만점이었다. 평소에 코드를 짜면서 어떤 고민을 하는 지 묻는 질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 필요한 역량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팀플 경험이 있는 분들이 주로 좋은 답변을 주셨다. 원래 질문 의도도 커뮤니케이션이었다.
5. 후기
학교 과제 이외에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았던 분들은 전부 떨어졌다. 질문은 평가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단순히 궁금해서 질문한 것도 있었고 질문하면 어디까지 답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완전 대화식으로 편하게 풀어가기엔 내 말하기 실력이 부족했다. 합격하신 분들도 나중에 똑같이 느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 실력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교내에서 놀면 안 될 것 같다.
SW마에스트로
전혀 예상 못 했지만 최종면접까지 가게 되었다. SW마에스트로는 서류 -> 1차 코딩테스트 -> 2차 코딩테스트 -> 최종면접 -> 합격 순으로 진행된다. 전형이 길기 때문에 지원 기간이 겹치는 다른 대외 활동에는 지원하지 못 했다. 서류에서는 자소서랑 기술 스택을 적는다. 사실 서류전형에서는 필수 서류만 제출하면 합격인 것 같고 서류는 2차 코딩테스트를 통과해야 보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로 1차, 2차 코딩테스트는 솔직히 예상보다 쉬운 수준이었다. 내가 생각한 적절한 코테 대비를 100이라 했을 때 나는 20정도밖에 준비하지 않았다. 1차가 오히려 2차보다 여유가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2차보다 1차에서 많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면접 경쟁률이 2대1 정도였던 건 아마 찔러보기 식으로 지원한 사람이 많지 않았나 싶다.
자소서는 400~3000자 제한이 있었고 최대 4문항이었다. 근데 이게 띄어쓰기가 포함되지 않아서 꽉 채운다면 분량이 엄청나게 길다. 글쓰기 교수님이 글자수 제한 있으면 90%는 채우라고 하셨는데 도저히 그렇게 하지 못 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쓸 말이 없었어요... 그나마 가장 길었던 게 1번 문항을 1900자 정도 적었었는데, 퇴고할 때 1000자 정도만 남겼다.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시 강남으로 갔다. 갈 때는 괜찮았는데 올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초행길이라 넉넉하게 도착하겠다는 게 50분 일찍 도착해서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때웠다. (코시국이라 입장 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입장 가능 시간 직전에 건물로 들어가니 나처럼 일찍 온 사람들 10명 정도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개발자 면접은 정장을 안 입는다는 말을 들었어서 나도 당당하게 정장을 안 입었다. (카카오 면접은 반바지 입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정장 입고 오신 분도 간혹 계셨다.)
건물로 들어간 후 6층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는 분이 계셨다. 열체크, 손소독 후 신분증을 제시하면 몇분과로 가라고 안내해 준다. 그 중간에 서명을 하는 게 있었다. 원래도 수전증(본태성 떨림)이 있는데다 방금 전에 마신 약간의 카페인 + 긴장 때문에 글씨를 엉망으로 썼다. 서명하는 이유는 소마에서 면접비를 주는데 제대로 받았다고 증명하는 서명인 듯하다.
내 시간대에는 노쇼가 있어서 1시간 면접보다 짧았다. 면접 시간을 채우는 게 아니라 개인당 주어진 시간이 12분으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총 4개의 분과가 있었는데 나는 그 중 한 분과에서 면접을 봤다. 분과마다 질문 스타일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내가 예상했던 질문을 못 받아서 많이 당황했다. 여기서 내 면접에 대한 평가를 내려보자면 망했다.
면접실은 코시국이라 그런지 방이 아니었고 넓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원래는 5대5인데 노쇼가 있었고, 면접관 다섯 분, 기록하시는 분 한 분, 시간 체크하시는 분 한 분 계셨던 것 같다. 내가 받았던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자소서에 적은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공통 질문)
- 가장 기억나는 프로젝트는 무엇이고, 무엇을 배웠나? (공통 질문)
- 적정기술에 대한 생각은? (공통 질문)
- 코딩테스트에서 코드 스타일에 관한 질문 (개인 질문, 알고리즘이 아니라 코드 컨벤션을 묻는 질문이었다.)
- 처음에 말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어떤 팀원을 뽑을 것이고, 자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통 질문)
그 외에 꼬리 질문들이 몇 가지 있었다. 지원자 대부분이 자신의 기술, 코드에 대한 질문만 예상했던 건지 전체적으로 제대로 대응을 못 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제대로 대답한 질문이 없었다. 원래는 면접에 코딩테스트 코드에 대한 질문을 한다고 하기도 했고 면접실 들어가면 코딩테스트 문제를 A4용지로 뽑아준다. 하지만 내가 들어간 분과에서는 코테 때 사용한 알고리즘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면접 준비할 때 내가 작성했던 코드, 알고리즘, 시간복잡도를 분석했고 알고리즘 면에서 개선해야할 점까지 준비했지만 안 물어보셨다 ㅠㅠ. 내 코드를 다 읽어보셨다고 하셨을 때 그 거지같은 코드를 읽었다는 점 + 뭘 물어볼까 두려움에 조금 놀랐지만 코딩테스트와는 관련이 없는 질문이었다.
일단 내가 들어간 면접실 스타일대로 준비하려면 프로젝트 경험이 있어야 하며, 내가 하려는 프로젝트에 대해서고 꽤 구체적으로 준비해야할 것 같다. 개발 뿐만이 아니라 기획이나 내가 맡게될 역할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아 한 가지 말하고 느꼈던 것은 일단 아니라는 가정을 안 하신다... 면접 후기 들어보면 프로젝트 경험 있냐고 물어보거나 그런 식인데, 우리 조는 질문이 항상 경험이 있다는 가정을 깔고 들어가셔서 무서웠다. 좀 단순하거나 수준 낮은 질문을 안 하셔서 모르는 게 나오면 나는 당당하게 모른다고 말하고 나와버렸다. 망했따...
어쨋든
앱센터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때는 java 써보셨나요? 이런 질문 했는데, 내가 면접보러 갔을 때는 1분 이상의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들이어서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교내랑 대외활동 비교도 되는 것 같다. 고등학생도 소마 활동한다던데 그 분들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면접 이후에 더 대외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나는 그동안 뭐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다음 앱센터 면접에도 내가 들어가게 된다면 지원자들을 좀 더 괴롭힐 생각이다. 전 센터장님께 면접 너무 착하게 본다는 피드백이 오기도 했고, 사실 착한 게 문제는 아닌데 그냥 내가 면접관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내 실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더 공부하고, 만약 뭐 공부해봤다! 하는 사람 있으면 오 그래? 어디까지 아나 보자 하고 괴롭혀줄 생각이다. (ㅎㅎ)
2021.04.02. 수정.
면접 때 가서 당당하게 모른다고 말하던 제 무식이 통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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